Ⅰ. 서론
출근길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인들의 근황을 확인하고, 근무 중에는 카카오톡으로 거래처 담당자와 업무를 논의한다. 퇴근길에는 쿠팡을 통해 내일 아침 식사 재료를 준비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당근을 통해 더는 읽지 않는 책을 팔아 소소한 용돈벌이를 한다. 이처럼 우리의 삶은 플랫폼 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영향력을 방증하듯 플랫폼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 역시 막강하다. 2023년 기준, 글로벌 시장가치 상위 10개 기업 중에는 애플(1위), 마이크로소프트(2위), 알파벳(구글, 4위), 아마존(5위), 메타(페이스북, 8위) 등 무려 절반의 기업이 이른바 빅테크라 불리는 플랫폼 기업이었다(김민정, 2024).
플랫폼이란, “핵심 가치를 담을 틀을 제공하고, 내부와 외부, 외부와 외부 간의 상호 연결을 통해 가치를 창조하는 비즈니스의 장”이라 할 수 있다(김상훈 외, 2023). 산업계는 물론이고 학계에서조차도 플랫폼의 정의에 대해 다양한 입장이 공존하고 있어 종종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플랫폼’과 ‘다면 시장(multi-sided) 플랫폼’을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고자 한다. 다면 시장 플랫폼이란, 두 개 이상의 집단이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 혹은 상품을 말한다(Hagiu & Wright, 2015). 반면, 단면 시장(one-sided) 플랫폼은 플랫폼 기업이 하나의 집단으로부터 직접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 혹은 상품을 말한다. 예를 들면, 줌(Zoom)과 같은 화상 회의 서비스는 회의 참여를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 이용자 집단을 상대로 상호 연결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이용료를 과금하는 단면 시장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단면 시장 플랫폼은 이용자 집단에게 유료로 상품을 제공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일부 집단에게 무료 혹은 저가로 상품을 제공하는 다면 시장 플랫폼에 비해 사용자 집단을 확장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이와 비교하여, 다면 시장 플랫폼은 가격 민감도가 높은 집단에게 무료로 가치를 제공하거나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하여 막대한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즉, 최근 산업계와 학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사실상 다면 시장 플랫폼을 의미한다고 이해해도 무방하다.
이처럼 플랫폼이 산업계는 물론 소비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해지자 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다면 시장 플랫폼에 참여하고 있는 공급자 집단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플랫폼 운영 기업과의 힘의 불균형으로 인해 부당한 피해를 보아서는 안 된다는 차원에서 플랫폼의 자사우대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는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플랫폼의 자사우대란, 플랫폼이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에 특별 대우를 제공하는 것으로 검색 결과 및 순위를 조작하는 행위나 자사 제품의 마케팅 활동에 거래 데이터를 활용하는 행위 등이 대표적인 예시라 할 수 있다(Kittaka et al., 2023). 권남훈(2023)에서는 자사우대의 유형을 수직 또는 혼합결합, 거래거절, 이중지위를 이용한 차별 행위, 다른 시장으로의 지배력 전이, 복제 및 유도 행위 등 다섯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가 거래 데이터를 활용해 자체 브랜드(PB: private brand)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 복제, 자사 상품을 검색 결과 상단에 배치하는 것과 같은 조작이 유도라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PB 출시가 해당 플랫폼에 입점한 브랜드들의 성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색적으로 실증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유통업체 혹은 플랫폼의 PB 출시가 갖는 영향력에 관한 연구들은 대부분 게임이론을 기반으로 수리적 모형을 증명하는 접근법에 기반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불가피하게 다양한 전제들을 설정해야 하는데, 이러한 전제가 현실을 충분하게 반영하지 못하거나 전제가 변화함에 따라 결과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한계를 갖는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국내 패션 유통 플랫폼의 실제 거래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객관적으로 PB 출시의 효과를 검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PB와 관련한 학문적 논의의 접근법을 다양화하고,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한 논의가 내실화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
Ⅱ. 이론적 고찰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국내외에서는 이들의 힘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2021년 1월부터는 독일의 제10차 개정 경쟁제한방지법(GWB Digitalisation Act)이, 2023년 5월부터는 EU의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 Act)이 시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3년 6월에 온라인 혁신과 선택 법률(American Innovation and Choic Online Act)이 재발의되기도 했다. 이러한 법들은 공통적으로 규제 대상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하여 자사우대나 상호운용성 제한과 같은 경쟁제한적 행위를 규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내에서도 2020년 6월,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 근절 및 디지털 공정경제 정책이 발표되었고, 2024년 8월 티메프 사태 이후에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메프 재발방지 입법방향 당정협의회가 마련되기도 했다. 2024년 5월 30일에 임기가 시작된 22대 국회에서도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의 독과점 규제와 거래공정화에 대한 제정법률안이 10여 건 이상 발의된 상황이다.
포괄적으로 ‘온라인플랫폼법’으로 불리는 일련의 법률안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행위 중 자사우대(self-preferencing) 행위의 차단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자사우대란, “플랫폼 기업이 자사 플랫폼에서 자사 또는 계열사의 상품을 경쟁 사업자의 상품에 비해 유리하게 취급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김민정, 2024). 이러한 자사우대는 플랫폼 기업이 중개 역할을 넘어 직접 플랫폼 참여 집단의 구성원으로 참여함으로써 형성되는 이중지위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예를 들면, 오픈마켓 플랫폼 기업이 자사의 직매입 상품이나 PB 상품을 검색 결과 상단에 의도적으로 배치할 경우 입점 업체들에게 부당한 피해를 야기하게 된다. 혹은 플랫폼 기업이 사업을 통해 확보한 정보를 바탕으로 입점 업체와 차별화된 PB 상품을 출시하는 것도 정보의 비대칭성을 바탕으로 한 불공정 행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쟁을 제한하는 자사우대 행위가 제한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확대되면서 플랫폼 기업의 PB 출시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이러한 비판은 과거 재판매 기반의 전통적인 유통업체들이 PB를 출시할 때에도 존재했었다. 그러나 이미 현실에서는 PB와 NB(national brand)가 공존하면서 시장의 경쟁을 촉진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즉,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PB 출시에 대해서도 시장에 어떠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에서의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단순히 PB를 출시하는 것과 PB를 출시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공정한 자사우대 행위가 수반되었는지의 여부는 분명히 구분하여 논의하여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이 2010년대 이후이기 때문에, 이를 주제로 한 연구 역시 그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 플랫폼의 자사우대와 관련한 연구는 주로 경제학과 법학에서 이루어졌으며, 자사우대 규제 법안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나 실제 판결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주를 이루고 있다(김성환, 2022; 문정해, 2024; 송태원, 2024; 심재한, 2022; 장품, 2024; 정병덕, 2023). 자사우대 행위는 불공정한 행위로 취급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연구자 입장에서 실증분석을 위한 자료를 획득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이로 인해, 경제학 및 경영학 분야에서 자사우대를 주제로 한 계량적 연구들 대부분이 수리적 모형을 증명하여 시사점을 도출하는 접근법을 따르고 있다. 선행연구가 많지는 않지만 서로 다른 자사우대 행위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시사점을 확인할 수 있다. 김원식(2024)은 선형입지모형에 교차네트워크효과가 더해진 플랫폼경쟁 분석모형을 제시하고, 자사우대 행위를 통한 PB 상품 출시의 효과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일반 판매자의 상품을 완전 대체할 수 있는 PB 상품이라면 판매자 상품보다 적은 수량을 도입해야 시장 전체의 후생이 증가할 수 있음을 보였다. 그러나 완전 대체 PB 상품일지라도 출시를 금지하는 것보다 수량을 규제하는 것이 더 크게 후생을 증가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김성균과 김규동(2024)은 자사우대 행위 중 입점 업체의 판매 데이터를 임의로 활용하는 경우를 살펴보았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 온라인 보험 상품 플랫폼을 대상으로 두 기간 모형을 설정하였다. 플랫폼이 입점 보험업체의 판매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고 자사우대 행위를 실행할 수 있는 경우, 수요가 중간 규모인 소액단기보험업체의 시장 진입이 일부 저지될 수 있다. 또한, 플랫폼의 자사우대 행위는 입점 소액단기보험업체의 총이윤은 낮추지만, 수수료율 감소로 인해 소비자잉여와 사회 후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Zou and Zhou(2024)에서는 플랫폼의 자사우대 행위 중 하나인 검색 결과 조작을 제한할 경우 초래될 수 있는 결과를 밝혔다. 플랫폼에게 중립적 검색(search neutrality)을 강제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플랫폼의 자사 상품과 입점 업체 상품 간의 가격 경쟁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플랫폼으로 하여금 추가적인 판매업체의 입점을 차단하여 플랫폼의 전반적인 경쟁을 약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ong and Amaldoss(2024)에서는 플랫폼의 자사우대 중 하나인 화면 상단에 위치한 검색 광고(sponsored ad)에 PB 상품을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행위의 효과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검색 광고의 효과가 높을 경우 해당 공간을 입점 업체에게 판매하는 것이 더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자사 상품을 의도적으로 검색 광고로 노출할 필요는 없었다. 또한, PB 상품을 검색 광고에 노출하게 되면 입점 업체 간 가격 경쟁을 약화시키는 효과도 확인되었다.
자료 획득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기업의 자사우대를 주제로 한 실증연구도 소수 존재한다. 선행연구 모두 아마존 마켓플레이스의 데이터를 활용하였으며, 자사우대 여부를 확인하는 연구와 자사우대 행위의 영향력을 실증하는 연구로 구분할 수 있다. Chen and Tsai(2019)에서는 아마존 마켓플레이스(Amazon Marketplace) 데이터를 활용해 ‘함께 자주 구매되는 상품(frequently bought together)’ 추천 목록에 아마존의 자사우대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였다. 분석 결과, 아마존 직접 매입 상품의 재고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입점 업체가 판매하는 동일한 상품이 추천 목록에 노출될 확률이 8퍼센트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마존의 이러한 추천 알고리즘 조작 행위는 추천 목록의 매출 증대 효과가 높은 상품 카테고리에서 더 빈번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아마존 직접 매입 상품을 추천하는 것은 객관적인 추천에 비해 추가 구매를 유도하는 효과가 적었다. Lee and Musolff(2021)은 아마존 마켓플레이스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천 상품 목록에 특정 상품을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행위의 영향력을 실증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추천 상품 목록에서 구매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34%로 높았고, 이로 인해 판매자 간 가격 경쟁을 촉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존이 자사 상품을 의도적으로 추천하는 행위는 장기적으로 판매자의 유입을 저하하지만, 가격 경쟁력이 낮은 판매자들만 유입을 포기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으로 소비자 잉여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확인되었다. Lam(2021) 역시 아마존 마켓플레이스 데이터를 바탕으로 검색 결과에서의 자사우대 행위의 효과를 실증하였다. 아마존이 자사 상품을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시키는 행위는 가격 경쟁을 유발하여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확인되었다. 나아가, 아마존이 직접 매입 상품이나 PB를 판매하지 않고 중개자의 역할만 수행하는 경우를 가정했을 때에도 입점 업체 간 가격 경쟁이 약화하여 소비자 후생이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존이라는 개별 플랫폼에 대한 연구로 한정되어 있어 결과를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플랫폼 기업의 자사우대는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보다는 경쟁을 촉진하여 소비자 후생을 증대하는 효과가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플랫폼 사업자의 자사우대 행위와 관련한 연구들은 PB 출시와 이를 검색 결과나 추천 목록 등을 통해 우대하는 행위를 포괄적으로 다루거나. 플랫폼 사업자의 직매입 상품과 PB 상품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유통업체의 직매입 상품은 제3자 판매자가 완벽하게 동일한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지만, PB는 제3자 판매자들이 취급하는 NB와 차별화한 상품이기 때문에 그 영향력을 구분하여 탐구할 필요가 있다. 본 절에서는 관련 선행 연구들을 통해 자사우대 행위와 독립적으로 유통업체가 PB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 입점 업체, 소비자, 그리고 시장 전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유통업체의 PB 출시에 따른 영향은 재판매 기반의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부터 논의되어 왔다. 선행연구는 유통업체의 PB 출시가 조건에 따라 NB의 이익 실현이 상반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이고 있다. Karray and Martín-Herrán (2019)에서는 게임이론 기반의 순차적 모형을 수립하여 소매업체의 PB 출시 이후 NB의 가격과 광고 의사결정에 전략적 수정이 없으면 손실을 피할 수 없음을 보였다. 이러한 영향은 PB가 NB와 상당히 차별화되어 직접적인 경쟁 관계가 아닌 상황에서도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Li et al.(2018)은 NB가 온라인 D2C(direct to consumer) 채널이 없는 경우 소매업체의 PB 출시는 항상 제조업체에 피해를 주고, 소매업체의 이익을 증대시킴을 보였다. 이와 유사하게, Balasubramanian and Maruthasalam(2021)은 PB와 NB가 대체관계에 있을 때, 제조업체가 자체 유통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제조업체, 소매업체, 소비자 모두의 후생이 증가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Shen et al.(2022)에서는 유통업체와 제조업체의 계약 유형에 따라 PB 도입의 영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고찰하였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통업체가 NB를 직매입한 경우에는 PB의 가격을 적절한 수준으로 설정하여 충분한 이익을 누릴 수 있지만, 플랫폼과 같이 대리 판매 계약을 맺은 경우에는 PB 도입 이후 NB와 가격 경쟁을 피할 수 없어 이익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체의 PB 출시에 따른 영향이 조건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혹은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상반된 연구결과는 플랫폼 사업자의 PB를 직접적으로 다룬 연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Xu et al. (2023)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업체가 제3자 로지스틱스를 선택하는 것과 플랫폼이 제공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 중에 무엇이 최적인지를 증명하고 있다. 플랫폼의 신선 식품 PB 출시와 무관하게 입점 업체의 물류 방식은 풀필먼트 서비스 이용 비용과 풀필먼트 서비스와 제3자 로지스틱스 서비스의 품질 차이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플랫폼이 신선 식품 PB를 출시할 경우 입점 업체의 경우 플랫폼과의 경쟁을 피하고자 제3자 로지스틱스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Wei et al. (2025)에서는 플랫폼의 PB가 존재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고품질 NB와 저품질 NB 모두 이익이 개선될 수 없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반면, Zhang et al.(2023)에서는 NB의 품질이 높을 경우 플랫폼이 PB를 출시하더라도 윈-윈 상황이 가능함을 보였다. Li et al.(2021)에서는 NB 판매에 대한 수수료율이 높은 경우 플랫폼 입장에서는 PB를 도입하더라도 지속적으로 NB 판매를 촉진할 유인이 존재하므로 NB의 수익 창출을 보호하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마지막으로, Li et al.(2023)은 소비자의 서비스 민감도가 높을 때 NB 제조업체에게 PB 외주를 맡기는 것이 플랫폼과 NB 제조업체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음을 밝혔다.
지금까지 살펴본 연구들은 모두 게임이론 기반의 수리적 모형을 증명하는 접근법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전제 조건이 변화함에 따라 그 결과 역시 크게 바뀔 수 있다는 한계를 갖는다. 따라서 플랫폼 사업자의 PB 출시가 어떠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실증연구에 대한 고찰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플랫폼 사업자의 PB 출시와 관련한 실증연구가 부재하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의 직매입 및 자체 개발 상품 출시의 영향력을 실증한 연구들에서 시사점을 찾고자 한다. Crawford et al.(2022)은 독일 내 아마존 마켓플레이스 데이터를 활용하여 아마존의 직매입 상품 출시는 시장을 확대함으로써 입점 업체와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Zhu and Liu(2018) 역시 아마존 마켓플레이스 데이터를 분석하였는데, 아마존의 직매입 상품 출시는 입점 업체들의 성장 동기를 감소시키지만 상품의 수요를 확대하고 소비자의 배송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Wen and Zhu(2019)에서는 안드로이드 모바일 앱 플랫폼인 구글 플레이(Google Play)에서 플랫폼 운영주체인 구글이 직접 개발한 앱을 출시하는 것이 제3자 개발업체들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보았다. 구글의 시장 진입 위협이 증가할수록 제3자 개발업체들은 이미 출시된 앱과 관련한 혁신 노력을 줄이고 오히려 앱 가격을 인상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동시에 구글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앱 출시에 자원을 할당하는 결정을 내렸다. 즉, 구글의 앱 출시는 개발업체들로 하여금 이미 포화된 시장에서 새로운 시장으로 관심을 돌리게 하여 전체 앱 생태계의 다양성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할 수 있다.
이처럼 플랫폼 사업자의 PB 출시가 입점 업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개별 연구가 전제한 조건에 따라 상반되었다. 또한, 소수의 실증연구 대부분이 PB 상품이 아닌 직매입 상품 출시의 효과를 검증하고 있어 플랫폼 내에 동일한 상품이 존재하지 않는 PB 출시의 경우에도 동일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국내 패션 유통 플랫폼의 실제 거래 데이터를 활용하여 플랫폼의 PB 출시가 입점 업체의 성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탐색하고자 한다.
Ⅲ. 데이터 및 모형
본 연구는 패션 유통 플랫폼의 PB 출시에 따른 효과를 분석하기 위하여 실제 유통 플랫폼과 해당 플랫폼에 입점한 브랜드들의 데이터를 수집하였다. 데이터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패션 유통 플랫폼인 무신사(MUSINSA) 측으로부터 제공받았다. 무신사는 2001년 국내외 패션 정보를 교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무신사(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로 출발하였다. 2002년 무신사닷컴에 이어, 2009년 무신사 회원들이 브랜드 정품을 믿고 구매할 수 있는 무신사스토어가 오픈하였다. 2023년 기준 패션 플랫폼 최초 거래액 4조 원을 달성하였고(성혜미, 2024), 2024년 상반기 기준 패션 쇼핑몰 애플리케이션 중 ‘최근 3개월 내 구매 이력’ 53.1%로 1위에 올랐다(오픈서베이, 2024). 무신사의 PB인 ‘무신사 스탠다드(무탠다드)’는 2017년 8월 론칭 후 우먼, 스포츠, 뷰티, 키즈 등으로 브랜드를 확장하였고, 무신사 전체 매출 증가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2021년 홍대점을 시작으로 강남점, 성수점, 명동점, 한남점 등 전국 26개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는 등 공격적인 오프라인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2024년 10월 기준 오프라인 매장 월 매출 120억 원을 달성하였다(조한송, 2024).
본 연구는 2020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총 4년간(총 1,461일) 무신사의 플랫폼 수준 성과 변수, 무신사 PB인 무신사 스탠다드의 성과 변수, 무신사 플랫폼에 입점한 브랜드들의 성과 변수를 수집하였다. 입점 브랜드의 경우, 플랫폼 내 거래액 기준 상위 50개 브랜드를 추출한 후, 시장에서의 포지셔닝, 브랜드 콘셉트, 가격대, 표적 소비자, 출시 상품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30개 브랜드를 분석 대상으로 하였다. 또한, 동일 기준으로 무신사 스탠다드와의 비교를 통해 ‘경쟁’ 브랜드와 ‘비경쟁’ 브랜드로 분류하였다. 즉, 무신사 스탠다드와 브랜드 유사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브랜드 15개를 경쟁 브랜드로 정의하고, 다른 브랜드들은 비경쟁 브랜드로 정의하였다.1) 성과 변수로는 주간 매출액, 주문 수, 주문 당 매출액 등 세 가지를 사용하여 성과 지표 선택에 따른 강건성(robustness)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여기서 플랫폼 수준에서의 매출액은 플랫폼 내에서 발생한 거래로 인해 고객들이 결제한 금액의 총합을 의미하며, 브랜드 수준에서의 매출액은 해당 브랜드와 관련하여 발생한 거래의 결제 금액 총합을 의미한다. 성과 변수를 일 단위로 수집한 후, 분석의 편의성을 위하여 주 단위로 병합하였다. 기타 통제 변수들은 데이터 수집의 한계 등으로 인해 현 모형에서는 제외하였다.
궁극적으로 본 연구는 무신사의 PB인 무신사 스탠다드의 성과가 (1) 무신사 플랫폼 전체의 성과, (2) 비경쟁 브랜드 15개의 평균적인 성과, (3) 경쟁 브랜드 15개의 평균적인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적으로 규명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PB의 성과가 플랫폼 전체나 입점 브랜드들의 성과에 일방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각 성과가 상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가정하고 분석을 진행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저자들은 시계열 데이터 간의 상호 영향 관계를 분석할 수 있는 계량경제학 모형인 벡터자기회귀(VAR: vector auto-regressive) 모형을 활용하였다. VAR 모형은 연립방정식을 동시에 추정할 수 있는 시계열 방법론으로, 내생성(endogeneity), 계열 상관성(serial correlations), 누락 변수(omitted variables), 역전된 인과관계(reversed causality) 등의 요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 오차(bias)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모형으로 알려져 있다(Luo, 2009). 본 모형은 석준희 외(2020), 이유석 외(2020), Borah and Tellis(2016), Bronnenberg et al.(2000), Dekimpe and Hanssens(1999), Luo(2009), Luo et al.(2013), Nijs et al.(2007), Song et al. (2018), Tirunillai and Tellis(2012) 등 다수의 국내외 경영학, 마케팅 문헌에서 널리 활용되며 분석 모형으로서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VAR 모형은 두 시계열 변수의 상호 영향 관계를 모형화한다. 각 변수의 현재 시점 데이터가 종속변수가 되고, 과거 시점의 데이터, 즉, t-1기부터 t-j기 시점까지의 데이터가 설명변수가 된다. 본 연구에서는 주 단위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이를 도식화하면 식 (1)과 같다. 이때 y1,t와 y2,t는 해당 분석의 성과 변수들을 나타내고, cy1, cy2는 각 식의 절편, y1,t–j와 y2,t–j는 j기 이전 시점의 변수를 의미한다. 오차항의 분포는 N(0, ∑)를 가정하였다.
또한, 시계열 자료의 정상성 판정을 위해 단위근 검정(unit root test)을 실시한 결과, 변수에 대한 추가적인 처리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각 변수는 차분(difference)을 계산하여 분석에 활용하였다.
Ⅳ. 분석 결과
본 연구는 VAR 모형을 통해 무신사 PB의 성과와 (1) 무신사 플랫폼 전체의 성과, (2) 비경쟁 브랜드 15개의 평균적인 성과, (3) 경쟁 브랜드 15개의 평균적인 성과 간의 관계를 계량적으로 탐색하고자 하였다. 이때 매출액, 거래 수, 거래당 매출액 등 세 가지 성과 지표를 사용하여 강건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VAR 모형의 설명변수는 과거 시점의 데이터가 투입된다. 이때 어떤 시점의 자료까지 설명변수로 포함시킬 것인지, 즉 식 (1)의 J를 얼마로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는 모형 선택(model selection)의 문제로서, 모형 평가 지표를 통해 연구자가 선택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최대 t-10기까지의 시차를 고려한 후, Akaike information criterion(이하 AIC)를 기준으로 각 분석에서의 최적 모형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최종 모형을 선택하였다. 구체적으로, t-1기까지 포함한 모형부터 t-10기까지 포함한 모형까지 모두 추정한 후 AIC 값을 계산하여 가장 낮은 AIC 값을 보이는 모형을 최종 모형으로 선택한 후 그 결과를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두 변수 상호 간의 장기적인 영향력을 살펴보기 위해 충격반응함수(IRF: impulse response function)와 누적 충격반응함수를 도출하였다. IRF는 내생변수들이 충격에 반응하면서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시각화함으로써 두 변수 간 장기적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Luo, 2009). 본문에서는 IRF와 누적 IRF를 중심으로 제시하였고, 자세한 분석 결과표들은 <부록>으로 수록하였다.
우선 플랫폼 PB 성과와 플랫폼 전체 성과 간의 분석을 수행하였다. 첫째, 매출액 기준 변수를 활용한 VAR 모형 분석에서 t-9기까지의 과거 데이터를 고려한 모형이 최종 모형으로 선택되었다. 매출액 기준으로 플랫폼 전체 성과 증가 폭에 대해 PB의 성과 증가 폭은 시점별로 다른 효과를 보였으나, 누적 IRF로 확인한 장기적 영향력에서는 전반적으로 양의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PB의 성과 변화량에 대해서도 플랫폼 전체의 성과 변화량이 시기별로 상이한 효과를 보이지만, 장기적 영향력에서는 양의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부록 표 1>).
둘째, 거래 수 기준 변수를 활용한 VAR 모형 분석에서 t-8기까지의 데이터를 고려한 모형이 최종 모형으로 선택되었다. 이때 플랫폼 전체 성과 변화에 대해 PB의 성과 변화가 시기별로 상이한 효과를 미쳤다. 그러나 장기적 영향력 측면에서는 양의 효과가 발견되었다. 반대 방향으로도 시기별로 다른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장기적으로는 양의 누적 효과가 존재함을 확인하였다(<그림 2>, <부록 표 2>).
셋째, 거래당 매출액 기준으로는 t-9기까지의 변수를 고려한 모형이 최종 모형으로 선택되었고, 플랫폼 전체 수준 성과 증가 폭과 PB 성과의 증가 폭 상호 간에 시점별로 다른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장기적 영향력에서는 양의 효과를 발견하였다(<그림 3>, <부록 표 3>).
다음으로 플랫폼 PB 성과와 비경쟁 입점 브랜드 성과 간 관계에 대한 VAR 모형 분석을 수행하였다. 첫째, 매출액 기준 변수를 활용한 분석에서 t-4기까지의 변수를 고려한 모형이 최종 모형으로 선택되었다. 분석 결과, 비경쟁 브랜드의 매출액 평균 변화에 대하여 PB의 성과 변화가 시점별로 다른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누적 IRF로 확인한 장기적 영향력 측면에서는 양의 효과가 발견되었다. PB 성과 변화에 대해서는 비경쟁 브랜드의 성과 변화가 유의미한 음의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장기적 영향력에서는 양의 효과를 가진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그림 4>, <부록 표 4>).
둘째, 거래 수를 기준으로 분석하였을 때 t-4기까지의 과거 데이터를 고려한 최종 모형이 선택되었고, 비경쟁 브랜드의 성과 변화에 대해 PB 성과의 변화가 시점별 상이한 효과를 미치는 것이 확인되었다. 반대 방향으로는 전반적으로 유의미한 음의 효과가 포착되었다. 그러나 누적 IRF를 도출한 결과, 장기적 영향력 면에서는 상호 양의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5>, <부록 표 5>).
셋째, 거래당 매출액 기준으로 t-3기까지의 변수를 포함한 모형이 최종 모형으로 선택되었고, 비 경쟁 브랜드 성과 증가 폭에 대해 PB 성과 증가 폭이 음의 효과를 가지고, 반대 방향으로는 한계적인 양의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 IRF은 전자에 있어 장기적으로 양의 효과가 나타나고, 후자에 있어 장기적으로 음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그림 6>, <부록 표 6>).
플랫폼 PB의 성과와 입점 브랜드 중 경쟁 브랜드의 성과 간 관계에 대해서도 동일한 분석 과정을 수행하였다. 첫째, 매출액 기준에서는 t-4기 시점까지의 변수를 포함한 모형이 최종 모형으로 선택되었으며, PB 성과 변화가 경쟁 브랜드들의 평균적인 성과 변화에 시점별로 다른 효과를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반대 방향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장기적 영향력 측면에서는 양 방향 모두 양의 효과가 확인되었다(<그림 7>, <부록 표 7>).
둘째, 거래 수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 t-3기까지의 변수를 포함한 최종 모형이 선택되었다. 경쟁 브랜드의 성과 변화 폭에 대하여 PB의 성과 변화 폭이 유의미한 음의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장기적 측면에서도 미미하게나마 음의 효과가 확인되었다. PB 성과 변화 폭에 대하여 경쟁 브랜드의 성과 변화 폭이 시기별로 다른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장기적으로는 양의 효과를 확인하였다(<그림 8>, <부록 표 8>).
셋째, 거래당 매출액 기준으로 t-5기까지의 과거 자료를 고려한 모형이 최종 모형으로 선택되었고, 경쟁 브랜드의 성과 변화에 대해 PB의 성과 변화 가 시기별로 다른 효과를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누적 IRF에 의하면 장기적으로는 양의 효과를 보였다. PB의 성과 변화에 대해서도 경쟁 브랜드의 성과 변화가 시기별로 다른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장기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음의 효과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9>, <부록 표 9>).
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표 1>과 같다. 일부 이질적인 결과가 발견되었지만, 전반적인 결과는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첫째, 플랫폼의 PB 출시는 플랫폼 전체 성과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는 플랫폼 사업자의 PB 출시가 자사 성과의 향상이라는 일차적인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PB의 성과는 비경쟁 입점 브랜드의 성과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PB 출시로 인한 고객 유입의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의 계량적 근거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추가 분석을 진행하였다. PB의 출시와 시장에서의 성공이 플랫폼 전체 신규 회원 수 증가를 견인한다는 것을 규명하기 위한 분석으로서, 이러한 분석은 PB로 인한 신규 회원 유입이 다른 입점 브랜드들의 전반적인 성과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의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 추가 분석에서는 무신사 플랫폼 전체 신규 회원 수와 PB의 세 가지 성과 지표, 즉, 매출액(<그림 10>, <부록 표 10>), 거래 수(<그림 11>, <부록 표 11>), 거래당 매출액(<그림 12>, <부록 표 12>) 간의 관계를 VAR 모형으로 분석하였으며, PB의 출시와 상업적 성공이 장기적인 신규 회원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셋째, PB의 성과는 경쟁 입점 브랜드의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PB 출시로 인한 특정 세분 시장 확대의 결과라 할 수 있으며, 이는 PB의 출시가 유사한 포지셔닝의 입점 브랜드의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존 업계 통념
PB 성과 | 인과 관계 | 플랫폼 성과 | |
---|---|---|---|
매출액 | (+) → | ← (+) | 매출액 |
거래 수 | (+) → | ← (+) | 거래 수 |
거래당 매출액 | (+) → | ← (+) | 거래당 매출액 |
PB 성과 | 인과 관계 | 비경쟁 브랜드 성과 | |
---|---|---|---|
매출액 | (+) → | ← (+) | 매출액 |
거래 수 | (+) → | ← (+) | 거래 수 |
거래당 매출액 | (+) → | ← (-) | 거래당 매출액 |
PB 성과 | 인과 관계 | 경쟁 브랜드 성과 | |
---|---|---|---|
매출액 | (+) → | ← (+) | 매출액 |
거래 수 | (-) → | ← (+) | 거래 수 |
거래당 매출액 | (+) → | ← (-) | 거래당 매출액 |
과 상반되는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우선, PB 출시 이전 플랫폼의 이해관계가 변화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존재한다. 플랫폼이 PB를 출시하면 중개인의 역할만 수행하던 과거와 달리 플랫폼 입점 업체처럼 판매자의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즉, PB의 판매를 증대시키기 위해 플랫폼 전반에 대해 투자를 늘리고 서비스 수준을 향상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이는 플랫폼으로의 신규 회원 유입을 높이고, 기존 회원의 재구매율 및 지출 규모를 높임으로써 입점 브랜드의 성과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다(Zhang et al., 2021). 또한, PB와 입점 브랜드가 경쟁관계(대체관계)에 있는 경우, PB의 출시가 특정 세분 시장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으며, 유사한 포지셔닝의 브랜드가 다수 경쟁하게 되면 밴드웨건 효과(bandwagon effect)를 창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Li et al., 2024). 게다가, 특정 세분 시장 안에 PB와 다수의 NB가 공존하게 되면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게 되어 구매 가능성 또한 증가시킬 수 있다. 이러한 메커니즘에 의하여 PB의 출시가 플랫폼의 성장은 물론 비경쟁 브랜드의 성과, 나아가 경쟁 브랜드의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Ⅴ. 결론
본 연구는 온라인 패션 유통 플랫폼에서 PB 출시가 입점 브랜드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구체적으로, 국내 대표 패션 유통 플랫폼인 무신사의 실제 거래 데이터를 활용하여, PB의 성과가 플랫폼 전체 성과뿐만 아니라 경쟁 및 비경쟁 브랜드의 매출, 거래 수, 거래당 매출액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였다. 분석 결과, PB의 성과는 플랫폼 전체의 성과를 향상시키는 동시에, 비경쟁 브랜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업계의 비판적 시각과 달리 경쟁 브랜드의 경우에도 긍정적 효과가 발견되었다. 추가 분석을 통해 플랫폼 사업자가 PB를 출시할 경우 플랫폼의 서비스 수준을 향상하기 위한 투자를 늘리게 되어 신규 회원 유입이 늘어난다는 근거도 확인하였다. 더불어, 무신사의 PB인 무신사 스탠다드의 출시는 ‘무탠다드 스타일’이라 할 수 있는 특정 세분 시장을 확대하여 잠재 소비자의 쏠림 현상을 유도하는 밴드웨건 효과를 창출했다고 볼 수 있다.
본 연구의 학문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문헌연구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금까지 플랫폼의 자사우대 행위나 PB 출시에 관한 연구들은 대부분 게임이론 기반의 이론적 모형을 증명하는 접근법을 도입하고 있었다. 그러나 본 연구는 동일 주제를 다룬 소수의 실증 연구 중 하나로 기존 논의의 외적 타당도를 높이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실증 연구 대부분은 플랫폼의 공개 데이터나 시장 조사 업체와 같은 제3자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직접적인 성과를 측정한 사례가 드물다. 그러나 본 연구는 플랫폼 기업의 협조를 바탕으로 실제 내부 거래 데이터를 활용하여 객관적으로 성과를 측정한 최초의 연구라 할 수 있다. 둘째, 본 연구는 시계열 자료를 활용하면서 이러한 자료의 특성에 부합하는 분석방법을 도입함으로써 다른 형태의 자료에서는 논의하기 어려운 장기적 영향력을 실증하였다는 공헌점이 있다. 본 연구에서는 벡터자기회귀 모형으로 두 시계열 변수의 상호인과성을 추정한 이후, 두 변수 상호간의 장기적인 영향력을 살펴보기 위해 충격반응함수와 누적 충격반응함수를 도출하였다. 실제로 시차에 따라 회귀계수의 부호가 양과 음이 혼재하는 경우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시계열적 영향력을 누적적으로 고려해야만 두 변수의 상호인과성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본 연구의 방법론은 즉각적인 반응만을 측정하기 때문에 현실에서 그 결과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것이라 단언하기 어렵다는 설문조사나 실험의 한계점을 극복하는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셋째, 본 연구는 PB 출시의 긍정적 효과의 메커니즘으로 신규 회원 유입의 증가를 직접 검증하였다. PB 출시가 시장을 확대하여 플랫폼 생태계 전반의 후생을 향상한다는 주장은 분석 결과를 해석하는 단계에서 주로 논의됐으나, 본 연구에서는 실제 주별 신규 회원 수를 활용하여 그 증가세를 확인한 최초의 연구라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업체 모두에게 실무적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먼저,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 플랫폼 생태계 전반의 성과 향상을 위해 PB 출시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단순히 PB를 출시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플랫폼의 서비스 수준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본 연구의 결과도 플랫폼 PB의 성과가 높아짐에 따라 플랫폼과 입점 브랜드들의 성과 역시 높아짐을 의미한다. 이와 더불어, PB 출시와 관련하여 입점 업체와의 긴밀한 소통 역시 필요하다. 본 연구가 기존 업계의 믿음과 반대되는 결과를 밝혔지만, PB가 출시되면 표적시장과 포지셔닝이 유사한 입점 브랜드들은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따라서 PB 출시에 따른 신규 회원 유입이나 경쟁 브랜드들의 성과에 관한 내용을 입점 업체들과 공유하고 시장 확대를 위한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플랫폼 사업자는 입점 업체 역시 자사의 고객으로 여기고 참여 집단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자율적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키는 윤리경영을 실천해야 한다(임영균, 정수정, 2022). 입점 업체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하는 ‘협조의 의무’, 입점 업체에게 약속한 혜택을 박탈하지 않는 ‘가치 훼손 금지의 원칙’, 상대방의 이익을 존중하지 않는 수준의 이기적 행동을 지양하는 ‘비양심성의 원칙’을 실천하고자 노력한다면 자사우대 행위로 인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임영균, 김경운, 2016).
입점 업체는 플랫폼이 PB를 출시하거나 PB에 대한 프로모션을 강화할 경우 신속하게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 PB와 경쟁 관계에 있는 입점 브랜드는 세분 시장이 확대되는 밴드웨건 효과를 누려야 한다. 이때, 소비자들의 선택에서 제외되지 않으려면 해당 세분 시장 내에 있는 경쟁 브랜드들에 비해 분명한 차별적 우위(point-of-difference)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반대로, PB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지 않은 입점 브랜드는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강화하여 더욱 높은 수익성을 누릴 필요가 있다. PB는 품질 대비 낮은 가격을 소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고품질의 프리미엄 브랜드는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또한, 시장에서는 밴드웨건 효과와 함께 차별화를 위해 희소성이 있는 상품을 구매하려는 스놉 효과(snob effect)가 공존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입점 업체들은 PB 출시 및 프로모션에 따른 신규 회원 유입을 레버리지할 수 있다. PB의 신제품이 출시되거나 프로모션 활동이 시작되면 입점 브랜드 역시 최초 구매에 대한 프로모션을 강화하여 성과를 높일 수 있다.
본 연구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와 관련한 정책적 논의에도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국내외에서 플랫폼 기업의 시장지배력을 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플랫폼의 자사우대 행위를 포괄적으로 다루거나 PB 출시와 해당 PB를 우대하는 행위를 구분하지 않고 논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 연구에서는 분석 대상 플랫폼 기업이 자사우대 행위를 하였는지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입점 업체들에 해를 입히는 불공정한 자사우대 행위가 있었다면 본 연구의 결과와 같이 전반적으로 PB의 성과가 입점 브랜드의 성과에 양(+)의 누적 영향력을 갖는 결과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만약, 플랫폼이 PB를 출시하는 과정에서 내부 데이터를 활용해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거나 검색 결과에서 PB를 의도적으로 노출했다면 경쟁 관계에 있는 브랜드들의 성과가 유의미하게 감소했을 것이다. 물론, PB의 거래 수가 경쟁 브랜드의 거래 수에 음(-)의 누적 영향력을 갖는 것이 확인되었지만, 동시에 매출액과 거래당 매출액은 양(+)의 누적 영향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나 전체적으로는 PB와 NB가 상생할 수 있다는 근거가 확인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PB 출시 자체와 해당 PB를 우대하는 행위를 명확히 구분하고, 불공정한 우대 행위에 대해서만 규제를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
본 연구는 다양한 시사점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본 연구에서 활용한 데이터는 특정 플랫폼의 개별 데이터이기 때문에 그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향후 연구에서 다른 플랫폼의 데이터로 동일한 연구 문제를 검증한다면 타당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본 연구의 모형은 다양한 통제 변수를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입점 브랜드들의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마케팅 활동의 영향력이 반영되지 못했다. 이는 플랫폼 기업이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있지 않은 정보이며, 이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개별 브랜드들의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업체들을 아우르는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도모하여 더욱 엄밀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본 연구에서는 신규 고객 유입 이외에 PB의 성과가 입점 브랜드의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제를 다양하게 고려하지 못하였다. 예를 들면, PB 출시 이후 플랫폼 기업이 서비스 향상에 대해 투자를 늘렸는지, 이로 인해 고객이 인지하는 서비스 수준은 증가하였는지, 나아가 기존 고객들의 재구매율이나 지출 규모가 증가하였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다양한 기제를 동시에 고려하여 어떠한 경로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또한 기제 간의 선후 관계가 어떠한지도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아마존, 쿠팡과 같은 주요 유통 플랫폼은 대부분 직매입 상품과 PB를 동시에 취급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가 플랫폼의 직매입 상품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향후 연구에서는 직매입 상품과 PB를 동시에 취급하고 있는 플랫폼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두 가지 상품의 성과가 입점 업체의 성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비교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본 연구에서 분석 대상이 된 입점 브랜드는 모두 해당 플랫폼 내에서 상위의 매출 규모를 기록한 브랜드들이다. 즉, 애초에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PB 출시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매출 규모가 중간 및 낮은 수준의 브랜드들을 포함하여 PB 출시에 따른 영향력의 차이를 검증한다면 보다 다양한 시사점 도출이 가능할 것이다.